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今生未來(금생미래)

반응형

今生未來(금생미래)

 

오다이는 이미 히로다다의 애정에 아무런 불안도 갖지 않았다. 여성으로서의 싸움에선 그럭저럭 오히사에게 이겼다. 이길 마음으로 싸웠던 것은 아니었다. 

아내로서의 위치에 어디까지나 순순히 들어가려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아이가 뱃속에 깃든것을 알았을 때도 생리의 이상스러움에 고개를 갸웃거려는 보았지만 그 때문에 살아 가는 방식이 변한 것도 없었다. 

오히사도 지금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 그 아이가 어떻게 하여 뱃속에 깃들어 가는지를 생각하면 온 몸이 화끈했지만 그러한 질투심은 삼가해야 하는 것인 줄 알고 억제해 왔다. 

아니 그러한 습관에의 인종도 날이 갈수록 오히려 남모르는 연민으로 변해 갔다. 누가 정했는지 그것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오히사가 낳은 자식은 정실로서의 자기 뱃속에서 태어나는 자식과는 태어나기 전부터 신분이 다르다.

어째서 다른 것일까?

그 의문을 오다이는 풀 수가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 전생의 약속에 의한 것이라고 오늘날까지 그렇게만 알고 지내 왔다.

그런데

히로다다의 뜻밖의 술희가 오다이의 마음을 커다랗게 뒤흔들었다. 히로다다도 그의 아버지도 다 같은 마쓰다이라 집안의 핏줄 속에 태어나 있다. 그 집을 이어야 할 위치로 태어나 있는 점도 역시 같았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어디까지나 호탕하고 그 자식은 마음 약함에 스스로 울고 있다. 그러한 기질의 차이를 대관절 누가 만들어 내는 것일까?

많은 자기 형제들도 저마다 기질이 달랐다. 그 기질 때문에 더듬어 가는 운명도 자연히 다를 것이리라. 인간의 행 불행은 오다이가 생각한 것처럼 단순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현재 오다 일족에서도 끝다리 집에 태어난 노부히데가 어느덧 종가 위에 서서 누르고 있었다. 

그것은 오다이로선 새로운 발견이며 더없이 크낙한 불안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가엾이 여겨 온 오히사의 태아가 갑자기 마음에 걸렸다. 

만약 자기가 낳는 자식이 마음 약한 비극의 싹을 짊어지고 난다면 어떻게 할까?

똑똑함과 어리석음의 차이 위에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던 것이다. 

히로다다는 그날 밤도 오다이 곁에 누워서 언제까지나 잠드는 기척이 없었다. 가끔 잠들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는지 이를 으드득 갈기도 하고 혀를 차기도 한다. 

오다이도 그날 밤은 자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좀더 씩씩하고 강한 자식을 낳을 수 있을까?

날이 새기 시작하자 갑자기 성안이 떠들썩해졌다. 어제의 결정에 따라 새로이 군량을 옮기고 공격을 막기 위한 재목이랑 흙푸대 따위를 나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중신들의 지휘하는 소리에 섞이어 말울음 소리도 들려 왔다. 

오다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녁에 겨우 마음 놓은 듯이 잠든 히로다다의 가냘픈 얼굴을 보니 왠지 가슴이 조이는 것만 같았다. 확실히 히로다다는 너무 약하다. 이렇게 약한 몸으로 난세에 태어났다는 것이 이미 하나의 불운이 아니었을까.

히로다다는 바깥의 소란스러움에 잠이 깨자 부랴부랴 바깥채로 나갔다. 시종이 받쳐든 밥을 입속에 쓸어넣으면서 그  동안에도 안절부절 노신들의 생각에 마음을 쓰고 있음에 틀림없으리라 그 모습이 오늘 아침의 오다이로선 눈에 환히 보이는 듯했다. 무슨 일만 있으면

선대 주군님은 이렇게 하셨오.

아침에는 남보다 일찍 일어나고 밤에는 가신들보다 나중에 잤다고 노신들은 입버릇처럼 말하는것이다.  또 그렇게 하지 않고는 이 소란한 세상에 수많은 일족 부하들과 그 가족을 부양할 수가 없다. 노신들이 무슨일이 있을 때마다 히로다다를 책망하는 것은 자기들의 생활도 역시 거기 연결이 되는 때문이었다.

좌우간 일족의 우두머리에 인물다운 사람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큰 비극이라 아니할수가 없다. 가신들의 불안도 불안이거니와 꼭대기에 앉혀진 사람의 불행은 그 이상의 것이었다. 

오다이는 자기가 낳은 자식이 머잖아 그 위치에 앉혀져서 눈에 보이지 않는 채찍으로 철썩철썩 맞아 갈 것을 생각하니 이제까지 불쌍히 여겼던 오히사가 부러워지기도 했다. 

묘시(여섯 시)에는 사까이가 찾아와서 만일을 위한 마음가짐을 내전에다 이르고 갔다. 신시(여덟 시)에는 오오꾸보 신주우로, 신빠찌로, 진시로의 삼형제가 와서 저희들은 지금부터 가미와다의 영지로 가서 전쟁의 수배를 하겠습니다. 이 세상의 하직일지도 모르겠군요 안녕히 계십시오

오다이에게 일부러 와서 인사를 하고 복도를 쾅쾅거리며 허둥지둥 돌아갔다. 바로 그들과 엇갈리어 가야인이 오다이를 찾아왔다. 

싸움에 익숙해진 이 어머니는 염주를 헤아리면서 평소의 침착한 태도 그대로

또 시끄러워졌다. 준비는 다 되었나?

탐색하듯이 딸을 보며 미소지었다.

오다이는 이날의 어머니가 여느때보다 훨씬 커 보이는것이 이상스러웠다. 

어머니는 무엇으로 이런 침착성을 갖게 된 것일까?

방금 오오꾸보 형제가 작별인사를 하러 왔었어요.

오 나도 저기서 만났다. 모두들 분발하고 있더군......

가야인은 곧장 상좌로 가서

가리야에서 나쁜 소식을 들었다. 노부찌까가....

하려다가 다시 미소지었다. 

구마무라의 여자 집에 숨어들었다가 노부모도님인 줄 착각을 받고 살해되었다는구나

오라버님이....여자한테?

사람에겐 다 저마다 운이 있다. 모든 것이 전생의 약속이겠지

오다이는 숨을 삼켰다. 

오빠를 따라 이 성에 시집오던 것이 어저께 일처럼 생각되었다. 그렇건만 이미 오라버니는.......

아무튼 어쩌면 어머니는 이토록 마음 굳은 말을 하는 것일까.....? 자기 자식의 말하자면 무인에 있을 수 없는 비명의 횡사를 미소로써 말하고 있다. 오다이가 찬찬히 어머니를 쳐다보니 가야인은 문득 엄숙한 얼굴이 되었다. 

태어나는 자, 떠나가는 자......그대는 히로다다님이 전사하신다면 그 뒤의 각오는 이미 되어 있겠지?

네.....네

오다이의 소리는 평소에 없이 혀에 얽혔다. 

히로다다가 갖고 태어난 비극적인 성격을 이모저모 생각하고 있을 때라 별안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남정네들은 대체적으로 싸움을 좋아하나 봐

가야인은 슬픔이라고도 비난이라고도 들리는투로  말하고는 이마에다 살그머니 염주를 갖다댔다.

그것이 부처님의 노염을 산 모양이지 이와같은 말법수라의 세상을 불러일으킨 싸움에 죽음은 따르는 법, 각오가 없어서는 안되겠지

네.....네

만약 히로다다님이 전사를 하신다면 그대는 대관절 어떻게 하겠니?

가야인의 말속에 힐문하는 듯한 강함을 느끼고 오다이는 당황했다. 새로이 자기 마음을 돌아보고 어느 것이 진짜 소원인지를 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생전 처음 알게 된 애정에도 따르고 싶었고, 살아 남아서 아이도 낳고 싶었다. 아니 그런 것들보다도 히로다다를 잃고 싶지 않은 감정 쪽이 훨씬 더 강했다. 

가야인은 이러한 딸의 어리둥절한 심정을 잘 알수 있었다. 그녀 자신, 그것은 몇 번이나 젊은 날에 맛본 비극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여자는 남자들이 공연히 그려내고 만 이 비극 속에선 전혀 무력하다 해도 좋았다. 싸우기 시작하면 남자들은 미친 짐승이나 다름 없었다. 

역시 뒤를 따라 자결하고 싶으냐?

이 어미도 그랬었다. 그러나

가야인은 여기서 또다시 미소지으면서

그래서는 여자가 지는 법이란다.

지다니요?

여자도 또한 마찬가지로 싸움을 즐기는 것일까 가끔 남편을 잃는 그러한 싸움을 즐기는 것일까

글쎄요....그것은....

저주하면 했지, 좋아하진 않을걸 

그렇다면 여자에겐 여자의 싸움이 있을 터

오다이는 아직도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한 채였다. 

뜰의 해는 서서히 차양의 그늘을 좁혀 가고, 여기저기 말뚝 박는 소리가 거칠게 들려 왔다. 

더위는 더욱 더해지는 듯 싶었다. 

어미는.......

하며 가야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뜰의 볕을 보면서 

그리운 남편이랑 자식을 잃지 않는 편안한 세상이 필요하다. 그 세상을 낳는 것이 여자의 임무라고 생각해

편안한 세상을......

그래 싸워서는 미워하고 미움받는 끝없는 아비지옥. 남자 손으로는 이 지옥을 끊을 수가 없어요

그대는 그것을 모르겠니?

알고는 있지만 뒷일을 알 수가 없어요

이 어미가 그대라면......

가야인은 또 한번 살며시 염주를 이마에 대고 

이젠 한눈을 팔지 않겠어요

내 뱃속의 자식에게 이 싸움의 뿌리를 끊을 힘을 내려 주소서 하고 열심히 빌겠다. 

이겨도 한탄하고 져도 죄많은 싸움엔 눈도 거들떠보지 않고, 빌면서 낳고 빌면서 키우겠다.

온 나라 안의 어머니의 기원이 그렇게 된다면 이 업화도 언젠가는 반드시 사라질 게다.

그대도 이걸 알아야 해. 싸움을 잊고 편안한 세상을 펴는 부처님의 화신을 나에게 점지해 주십사고 빌어라

힘차게 말을 마치자 어머니의 맑은 눈은 그제야 붉어졌다. 오다이의 배에서 또 세차게 태아가 꿈틀거렸다. 

반 시각 남짓 이야기를 하고 어머니는 물러갔다. 오다이는 둘째 번 성벽께까지 전송을 했다.

부디 뱃속의 자식을 위해

거기에도 흙푸대는 쌓여 있었다. 황망하게 설치는 궁수들의 머리 위에서 구슬픈 쓰르라미 소리가 났다.

오다이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성벽 그늘에 서서 바라 보았다. 

오빠 노부찌까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 미소짓던 어머니가 이 난세의 업화를 끌 자식을 낳으라 했을 때는 눈에 가득 눈물을 담고 있었다. 

오다이는 어머니의 노염과 비탄을 그제사 알았다. 

오라버니 노부찌까의 죽음을 누구보다도 저주하고 누구보다도 깊이 슬퍼하는 것은 역시 어머닌 듯했다. 어머니는 온 몸으로 어지러운 현세에 항의를 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생각할 것까지도없이 그것은 한 줄기로 자식을 생각하는 생각에 연결된는 것이었다. 

오다이의 모습을 보자 일하고 있던 하인들이 일일이 걸음을 멈추고 머리에 쓴 것을 벗고 인사를 하기에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곧 자기 거실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말에 의해 태아에 대한 애정이 차츰 형태가 또렷해졌다. 어머니에 지지 않는 어머니가 아니어서는 태어나는 자식에게 미안하다. 아무튼 현세의 기도가 정말로 자식의 머리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오다이는 책상 앞에 앉아 한참 동안 가만히 생각했다. 남녀의 영위가 낳는 자식, 그것은 때로는 환영받지 못하는 자식도 있을 것이다. 불의 밀통의 종류에서 단지 쾌락의 결과로서 태어나는 자식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자식의 운명과 

좋은 자식을 점지하소서

한결같이 기원하여 낳는 자식의 운명은 확실히 다른 것같이 생각되었다. 

허나 그것은 태어나기 전에 기원한 까닭이 아니라 태어난 뒤의 양육의 차이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하다가 오다이는 갑자기 섬뜩했다. 태어난 뒤 양육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생각했다.

이러한 힘이 과연 인간에게 허락되어 있는 것일까?

 살그머니 주위를 둘러보니 갑자기 두려움이 와락 몸에 닥쳐왔다. 

너는 몇 살까지 살겠느냐?

이렇게 물었을 때 네, 몇살까지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인간이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있을리가 없었다.

모두 무언가의 환상과 맞붙어서 슬픈 착각 속을 헤엄치고 있는 데에 불과하다. 오다이는 커다랗게 한숨을 쉬고 다시 한번 살그머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생사만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냉정하게 인간들의 조그마한 지혜를 비웃고 있다.

훌륭하게 키워 주자

이런 말은 엄격한 의미로는 이 세상에 없었다. 내일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자식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단지 오늘 하루를 한결같이 비는 데에 끝난다. 

오다이는 갑자기 자기가 조그맣고 가엾은 것으로 보여 왔다. 저도 모르게 책상 앞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합장을 하고 있으니 별안간 눈물이 뚝뚝 쏟아져 나왔다. 

마님 .....어인 일이십니까?

정신이 들고 보니 유리가 근심스러운 듯이 두손을 짚고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다이는 유리에게 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유리, 너는 몇 살까지 살 작정이냐?

오다이는 자기의 미흑의 초첨을 찾는 눈길로 물었다. 유리는 그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마님 분부대로 언제까지라도 모시겠습니다. 

오다이는 끄덕였다. 상대가 아무리 뜻을 잘못 알더라도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오다이의 버릇이었다. 

내가 그런 지시를 일체 하지 않는다면?

글쎄요....

그대가 지니고 있는 수명을 알지 못하겠지.

네 하지만 싸움에서 .....만약 능욕이라도 당한다면 그때는 자결을 하겠어요

오다이는 또다시 끄덕인 다음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말이란 항상 소원을 말하긴 쉽지만 진리에 닿기엔 부족한 것, 인간의 가련함은 그 이면에 있는 듯했다. 

그래 이런 말은 너한테 묻지 않겠어. 그보다 산에 있는 약사여래님에게 내 축문이나 갖다 줘 다오

축문이라 하시면 이 싸움의 승리를 기원하시는?

오다이는 미소를 지었을 뿐이었으나 이때부터 굳게 마음은 결정되어 갔다. 

아니 결정되었다기보다 그것은 격렬한 어머니의 애정에 눈떳다해도 좋았다. 

이마가와 군사가 드디어 히꾸마노 성을 나가 미까와로 접어들려 할 때 오까사끼 성에서 마을로 새로운 소문이 났다. 

마님께서 산의 약사여래님께 축원을 드리고 계시다는구만

음 그 몸으로 밤마다 얼음 같은 샘물을 백바가지씩이나 퍼붓고 기도를 하시다니 놀라우신 일이야

몸에 해로우시다고 성주님이 말리신 모양인데..

농성을 각오한 줄 아시고 안 들으신다더군

훌륭한 열녀야

이래 가지고 얼마 만큼 사기가 오를 것인지

이겨야 돼

물론이지 미까와 무사가 여자한테 질 수야 있나

오다 편 군사의 배치도 분명해졌다. 

어디 있는지 몰랐던 노부히데가, 후루와따리의 새 성에 나타나자 곧 선봉은 미까와를 향해 출발했다는 정보였다. 

총대장은 물론 노부히데. 노부히데를 보좌하는 부장에는 오다 기요마사 무사 대장은 오다 노부미쓰, 그 막하에 나고야, 나가따, 나이또, 나루미, 가와지리, 야리등, 이름 난 부장 이하 거의 미노에 대한 대비가 비어 버리지나 않을까 의심스러울 만큼 정예들로만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정예들은 아마 안죠 성에는 들어가지 않고 단숨에 오까사끼로 믿고 들어갈 계획인 모양이라는 보고가 있던 팔월 팔일 그날 밤도 오다이는 달이 져버린 심야의 우물가에서 열심히 태아를 위해 빌고 있었다. 바람은 잤다. 벌레 소리마저 잠든 것처럼 멎어 이고성 전체가 죽음 바로 그것과 같은 정적에 드리워졌었을 때였다. 

북녁 하늘에 꼬리를 끌고 있던 혜성이 한층 더 강하게 빛을 번뜩이더니 그대로 스르르 사라져 갔다. 

오다이의 의식에는 물의 차가움도 밤기운의 정적도, 멎은 바람도, 사라지는 별도 일체 없었다. 

있는 것은 오로지 태아의 미래의 행복에 응집된 어머니의 마음 뿐이었다. 

그것은 이미 마음이 아니라 모습이라 하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히로다다처럼 안절부절 마음을 쓰지 않는 자식을 점지하소서 하고 빌기도 하고, 어머니가 말한 부처님의 화신을 낳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하여 빌고 있으니 기도 그 자체가 갖는 쾌감이 어느덧 그녀를 야릇한 황홀 속에 녹여 들이고 있었다. 

무념무상이라는 딱딱한 말의 표현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선과 올바름에 대한 만족이며 도취이며 자신인 듯하였다. 

신앙의 진실이라고나 할까? 황홀하게 삼매경으로 들어가니 어디선지 누군가가 그녀의 소원에 대해 크게 수긍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오다이

그대는 좋은 어머니야 그대의 소원은 성취되리라

이제는 그대의 지혜로 꾀하도록 하라. 어떻게 하면 태어나는 자식을 위해 그대의 마음이 가장 잘 관철 되는가를 꾀하도록하라

만약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의 지혜가 얕고 마음이 괴로움 때문에 비뚤어져 있었다면 그것을 미신으로도 사교로도 또한 어이없는 자만으로도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점을 오다이는 백지였다. 그녀는 순진하게 생각하고 순진하게 걸어가며 순진하게 고개를 기울여 갔다. 

그녀는 이 소리를 하늘의 소리 로는 듣지 않았다. 눈군가가 수긍하여 자기에게 생각하는 지혜의 힘을 주었다고 순진하게 믿었다. 

날이 차츰 새기 시작할 무렵, 오다이는 문득 마음속에 커다란 충격을 느꼈다.

어떻게 꾀하면 좋을까요?

이 물음에 하나의 답이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 했다. 

오다이는 부리나케 젖은 흰 옷을 벗고, 하얀 하반신을 수건으로 문질렀다. 화끈하게 기분 좋은 따사로움이 되살아오는 뱃속에 또 하나 다른 운명을 지닌 인간이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문득 미소가 치솟으며 그 생명을 위해 빌어 줄 만족감이 다시 다른 감동으로 가슴이 조여댔다.

그렇지, 이 아이를 위해 가장 올바른 좋은 일을 꾀해 줘야지.......

히로다다는 쪽 바깥채에서 대기하여 이즘 열홀 남짓 안채에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지만, 우물가를 떠나자 유리와 고사사는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거실로 돌아와 오다이는 고사사를 먼저 자게 하고 유리를 가까이 불렀다. 

유리, 너에게 부탁할 말이 있다. 내가 산실로 들어가거든 너희들은 곧 산의 약사여래에 참배를 가 다오

산실로 들어가시거든

유리는 의아스러운 듯이 반문한 다음 생긋 웃었다. 이 젊은 여주인은 싸움에 이겨서 산실로 들어갈 수 있는 날을 믿고 있다. 유리의 마음은 확 넓어졌다. 

무슨 알림이라도?

있다. 내가 사내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게  되거든 곧 법당의 불상 하나를 훔쳐와 다오

법당의 불상 하나를.......

유리는 오다이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 반문했다. 

오다이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 반문했다. 

오다이의 볼에는 발그레 핏기가 오르고 물기를 머금은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한결같은 여자의 골똘함이 유리의 몸을 긴장시켰다. 

너는 호라이 사의 약사여래에 열 두 불상이 안치되어 있다는 것은 아나?

네 십이지를 본뜬 여래보살, 저도 한번 뵈었지요

오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누구의 손으로 새겼는지 그것은 알지 못한다. 허나 십이지를 본따 저마다 태어난 해에 맞추어 만든 이 불상이 사보의 위치에서 어느덧 그 당시 사람들의 금생미래를 장악하는 신비로운 수호불이라 믿어지게 되었다. 

유리는 말띠라, 금강 화살을 가진 허공장보살인 산저라대장을 참배하러 간 일이 있다. 오다이는 돼지띠, 틀림없이 백 불을 손에 든 미륵보살일 터였다. 그 수호불에 산실을 나오기까지의 편안을 빌고 오는 말은 보통 말이 아니었다. 

유리가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을 보자 오다이의 눈은 똑바로 주시되었다. 

유리 

어서는 안돼

네 결코

너는 열 두 불상 중 셋째 번에 있는 진달라대장 호랑이띠의 신창을 들고 서 있는 보현보살을 훔쳐오너라

호랑이띠의 신창을 가진

태어날 아이의 수호불이다

끈끈한 목소리로 헐덕이듯이 말한뒤 오다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걱정할 건 없어. 부처님의 현몽이시다. 신창을 가진 보현보살을 그대에게 점지할 테니

소중히 소중히 키우라는 현몽이 있었다. 

보현보살의.....?

오다이는 긴장하여 고개를 끄덕이다가 가슴이 섬뜩했다. 놀라는 유리의 표정이 임신하고 있는 오히사의 놀라움으로 보였던 것이다. 

신창을 든 진달라대장의 화신이라면 못당하겠지

이러한 감정이 스르르 마음 속을 스쳐갔으나 오다이는 이것을 천한 질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생사의 열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쥐어져 있다. 이것이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알겠느냐? 그대는 진달라대장의 환생이니 결코 비열한 짓을 해서는 안되느니라

이 한 마디로 히로다다처럼 소심하지 않는 굳셈과 자신을 갖게 해 주고 싶은 것이 소원이었다. 

유리는 이러한 오다이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러시다면, 그 수호불을 그대로 아기님의 신앙의 불상으로 삼으시게요?

아니

오다이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 이 세상에 태어나셔서 모습을 한동안 절에서 숨기고 싶다고.....이것도 보살님의 현몽이시다. 

유리는 오다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또다시 눈을 깜빡거렸다. 

오다이는 이제 망설이지 않았다. 될 수만 있다면 여기서 유리에게도 이것을 참다운 현몽이라 믿게 해 두고 싶었다. 

모든 것이 자식을 생각하는 진실이니 결코 부처님의 뜻에 맞지 않을 리야 없다는 자신이 차분히 마음을 차지해 가는 것이었다. 

알겠느냐? 부처님의 현몽을 부처님은 몸소 이 세상에 태어나신다. 사람의 모습으로 태어나 수고를 하시고 중생을 구하시기 위해 절에서 몸을 숨기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오다이는 다시 한층 소리를 낮추어

그러려면 한결같이 충성스런 네 손으로 해야 된다고, 이것도 부처님의 현몽이시다. 

네? 제 손으로....

유리는 놀라 숨을 삼켰다. 그러나 곧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보이며 두 손을 짚었다. 아마 오다이의 마음을 짐작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오다이는 반대로 무엇엔가 흘린 듯한 투로 말을 이었다. 

네가 아니고는 이 큰일을 완수할 사람이 없으리라고 말씀하셨다. 아들 탄생의 보고가 왔을 때 몸을 숨겼다가 아들이 세상을 떠나면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가겠다. 그때까지 그대 손에 의해 아무 눈에도 뜨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네가 이 큰 일을 완수해 주기 바란다. 

네 목숨을 걸고라도.

알겠나? 진달라대장이 두 사람 있으면 세상 사람들이 갈피를 못 잡는다. 

염려 마셔요. 반드시 감추어 보여드리겠습니다. 

말은 안 내겠지?

유리는 대답한 뒤에 다시 살짝 웃어 보였다. 

저는 결코 말을 내지 않겠지만 세상 사람들이 곧 알게 되겠지요

그럴테지

먼저 절에서 깜짝 놀랄 거예요. 호랑이 해에 신창을 든 불상이 별안간 사라지니 이게 왠일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마님의 기도를 생각해낼 거예요....오! 마쓰다이라 댁에 아기가 탄생했다고... 허나 그 탄생하신 아기가 만약 여자라면

유리는 여기서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절대 그럴리는 없으시겠지요

그러나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현몽에 대한 것은 마님도

오 말을 굳게 삼가하마

오다이는 이렇게 대답했지만, 왠지 여기 대한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왼편에 깃드는 것이라고 노녀 수가에게서 들었다. 불상이 없어진 뒤에 태어날 아들의 모습이 또렸이 눈에 보이며아들 앞에 엎드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것은 오히사가 낳은 간로꾸이기도 했다가, 노신들이기도 했다가 가리야의 오빠이기도 했다. 

이러한 공상이 요즈음 부쩍 늘어난 것은 이것도 생리의 탓일까.

어느덧 창문이 훤해져 있었다. 

오다이는 커다란 짐을 부려 놓은 듯이 갑자기 피로와 졸음을 느꼈다. 그럼 좀 주무셔요. 몸에 해로우시면 안되니까

유리가 일어나 이부자리를 만지고 있을 때 별안간 밖에서 소라 고둥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