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륙 정복의 숨은 공신, 천연두
오늘날엔 종두법의 개발로 사실상 사라진 질병인 천연두, 하지만 17세기 제너의 종두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천연두는 인간들에게 두려움의 존재였다. 그나마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천연두를 앓은 사람의 종기 등을 흡함으로써 천연두를 예방할 수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천 년전부터 천연두를 경험하던 이들과 달리 신대륙의 인디언들에게 천연두는 재앙으로 다가왔다.
우리들은 세계사에서 신대륙 발견, 그리고 뒤이은 유럽인의 신대륙 정복의 과정이 온전히 유럽인들의 총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백 명이 채 안 되는 유럽인이 그 수백배에 달하는 인디언들을 지배할 수 있었던 데에는 유럽인들이 가져온 다양한 질병들, 그 중에서도 천연두가 있었다.
신대룩, 정확히 아메리카대륙이 사람이 살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만 2000년 전으로 당시 인류는 빙하기로 드러난 베링해협의 길을 따라 유라시아대륙에서 아메리카대륙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이후 이들이 15세기 유럽인들과 조우할 때까지 이 아메리카대륙의 주인들은 유라시아인들이 겪었던 재앙을 겪지는 않았다. 유라시아 대륙의 수많은 사람들이 각종 전염병에 큰 피해를 입고, 심지어 유럽에서는 전인구의 3분의 1이 줄어드는 재앙을 겪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비결은 이들 인디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 온 길인 베링해협에 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지만 북극에 가까운 베링해협은 매우 추운 장소다. 게다가 인디언들이 아메리카로 건너갈 당시에는 빙하기로 베링해협의 기후는 더욱 추웠을 것이다. 추운 날씨에서는 병원균이 발붙일 수 없었고, 덕분에 인디언들은 인류를 괴롭힐 수 있는 상당한 병원체를 걸러낸 상태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무서운 전염병들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15세기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대륙으로 거너온 유럽인들을 만나면서 병원균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인디언들에게는 비극이 시작되었다. 스페인 군인들은 유럽에서 유행하는 각종 전염병을 아메리카대륙에 옮겼다. 유럽인들은 이미 이러한 전염병들로부터 오랜 시간 노출되고 그 결과 그에 대한 항체를 갖는 등 내성을 갖고 있었지만, 그동안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인디언들이 그에 대한 면역성을 갖고 있을 리 만무했다. 이에 따라 인디언들은 유럽인들이 갖고 온 각종 전염병에 말 그대로 '학살' 당했다.
당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대륙에 전파한 전염병은 천연두 외에도 홍역과 인플루엔자 등이 있었다. 앞서 오늘날 사실상 사라진 전염병인 천연두는 우리나라에서는 두창, 또는 마마로 불리던 질병으로, 천연두에 걸린 환자는 고열과 발진, 그리고 전신에 수포가 나타났다. 또한 천연두에 걸렸다가 나은 경우에도 온 몸에 수포가 터진 흔적인 곰보자국이 남게 된다. 실제 천연두는 17세기 종두법이 발명되기 전까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프랑스의 루이 15세도 이 천연두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