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왜 집현전을 설치하였나
집현전 설치의 표면적인 목적은 이곳을 통해서 유교 경전을 연구하고 경연을 전담하도록 하는 데 있었다. 실제 집현전 설치를 통해서 경연이 충실해지고 옛 제도 연구를 바탕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운영을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세종 때 이루어진 많은 업적은 집현전의 설치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즉 세종은 집현전 관리들과 함께 건국 초에 필요한 문물제도의 정비와 서적 편찬을 주도하였다.
집현전의 가장 큰 업적은 훈민정음의 창제이며, 그 밖의 편찬사업과 옛 제도 연구는 세종때의 황금 시대를 이룩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세종이 집현전을 설치한 것은 정치적 목적도 있었다. 세종은 원래 왕위에 오를 자격이 없었다. 그의 형 양녕대군이 세자로 책봉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녕대군이 태종 18년 세자의 자리에서 폐위되고 조정 중신들의 이른바 어진이를 택한다는 택현설에 따라 충녕대군(세종)이 세자로 책봉되고 얼마 후 왕위에 오를 수 있었다.
세종이 왕위에 오르면서 태종은 상왕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세종 즉위후 상왕으로 물러난 태종은 조정의 중요 인사나 군사의 이동 등 중요한 국정에 대해서 간여하였다. 세종이 왕위에 오르기는 하였으나 부왕에 가려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를 펼 수가 없었다. 세종의 주위에는 부왕 밑에서 활동하던 세력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서 세종의 왕권 행사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바로 이점이 집현전을 설치한 중요한 이유였다. 즉 세종은 집현전을 설치하여 학문 연구와 함께 자신을 도울 정치 세력을 육성했다.
세종은 나이 어린 학자들을 집현전의 관리로 직접 박탈하였다. 이들은 세종의 측근으로 정치의 기반이 되었고, 집현전 학자들에 대한 세종의 배려는 지극했다.
세종 27년부터는 세자가 병이 많은 세종을 대신해서 대리청정을 하였는데, 이를 계기로 집현전 관리들은 점차 대간직 등 정치적 관직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로써 집현전은 점차 정치기관화되었고, 세종 말기에 들어서면서 집현전 관리들의 권한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훈민정음의 창제를 비롯해 국왕 세종의 숭불정책에서 대립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대간으로 진출하면서는 평소 유학적 이상으로 생각한 임금과 신하 사이의 조화를 바탕으로 한 왕도정치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세종과 문종의 총애를 받으며 성장한 집현전 관원들은 단종 1년 계유정난을 겪으면서 그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하다가, 1456년 6월 사육신 사건이 일어난 지 4일 만에 집현전을 혁파하고 경연을 정지하였으며 집현전에 소장한 서책을 모두 예문관에서 관장하게 하였다. 그 후 성종 때 집현전의 후신으로 홍문관이 설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