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클로저 운동
"양이 인간을 잡아먹는다."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모어는 농경지가 없어지고 양을 키우는 목장이 들어서면서 농민들이 내쫓기는 이른바 '인클로저 운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인클로저는 '둘러싸기' '울타리 두르기'를 의미한다. 16세기 영국에는 봉건 영주들이 소유지에서 농사를 짓는 대신 농민들을 토지에서 강제로 몰아내고 너나 할 것 없이 목축업에 뛰어들었다.
농사를 짓는 것보다 양을 길러서 양털을 뽑아내어 당시 최대 산업인 모직물 공업의 원료로 팔아넘기는 편이 더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대로 농사를 짓고 정착해 살던 농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신세가 된 이들은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농민 반란을 일으키며 이러한 흐름에 저항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인클로저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가 기득권층의 반발로 이내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인클로저 운동은 영국에서 자본주의의 초기 단계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인클로저 운동으로 번창한 영국의 모직물 산업은 양모를 가공해 유럽 각지에 수출하여 막대한 수입을 올리면서 영국 자본주의를 성숙시키고 해가 지지 않는 '대영 제국'의 발판을 마련했다.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들은 도시로 흘러들었다. 가진 것 없던 이들은 자신의 날품을 팔아 연명하는 임시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값싼 노동력은 영국 산업혁명의 풍부한 동력이 되었다. 인클로저를 통해 자본을 축적한 농장주들은 젠트리(신사)라는 새로운 계급을 형성하며 영국 사회의 신흥 세력으로 대두했다. 이들은 훗날 의회를 장악하며 청교도 혁명과 근대적 의회 제도의 성립을 주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