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간 루시
1974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동북쪽 아와시강 하류에서 한 무더기의 뼈가 발견되었다. 학자들은 이 화석을 약 320만 년 전에 살았던 한 여성의 유골로 추정했다. 발견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 인류였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에 속하는 이 여성 유골에 게는 '루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발굴단은 직립 보행을 했던 이 여성이 '인류의 어머니'라고 믿었다. 고고학자 도널드 요한슨은 루시가 "인류의 조상이며 유인원과 현생 인류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학설에는 허점이 있었다. 루시는 직립 보행을 했지만 침팬지의 외양과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도구를 만들 수 있는 능력도 없었다. 루시가 현생 인류의 선조라면 사람은 도구를 만들어 사냥하기 위해 일어나서 두 발로 걷게 되었다는, 인류의 진화에 대한 다윈의 학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셈이었다.
턱이 튀어나오고 이마가 뒤로 밋밋한 경사를 이룬다는 점에서 루시가 현생 인류보다는 유인원에 가깝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수습된 루시의 뼈가 인간 골격의 28퍼센트에 지나지 않아 정말 인간이었는지, 여성이었는지에 대해 판단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루시는 발견 이후 20여 년 가까이 '최초의 인간'으로 불렀다. 이후 DNA 분석 기법이 발달하면서 인류가 500만~700만 년 전 침팬지로부터 갈라져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루시 이전의 인류를 찾기 위한 학자들의 불꽃튀는 경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1992년 루시가 발견된 지역 인근에서 '아르디'가 발굴되면서 루시는 '인류의 어머니'자리를 내주었다. 아르디는 약 44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직립 보행을 했고, 물건을 세게 쥘 수도 있었다고 한다. 학명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라미두스다.